故 림보라이 목사님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을 들은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. 그 한 달 동안 우리는 림바오라이 목사님이 함께 준비했어야 할 여러 곳에서 자주 빈자리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슬픔 속에 보냈습니다. 지난 3월 11일, 고인이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해 공부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(이하 ‘한신대학교’)에서 열린 추모문화제는 그 안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밀려드는 자리였다. 상실과 슬픔을 떠나 그들의 마음은 기다리고 있습니다. 한신대학교는 임보라 목사가 공부한 곳일 뿐만 아니라 임보라 목사가 교내 성폭력에 맞서고 성소수자 인권 특강을 하는 등 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곳이기도 하다.
그런데 추모문화제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이전 소식이 전해졌다. 한신대 졸업생과 대한예수교장로회 담임목사를 추모하는 기념문화제를 학교가 대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. 또한 학교 측은 결승전이 허용되지 않을 때까지 성소수자 공연팀의 순서를 줄이거나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. 항상 성소수자들과 함께 교회와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소수자 혐오에 맞섰던 폴라 임 목사님을 기억하기는커녕 학교에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파렴치한 외침에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.
한신대학교의 파렴치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합니다. 한때 그의 학교가 한신대학교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임보라 목사의 삶에서 배워야 할 때인 것으로 드러났다. 한신대 교인, 대한예수교 장로교 교인, 각계각층의 비난의 목소리를 학교는 귀담아 들어야 했다. 고통스러운 성찰에 바탕을 둔 진심어린 사과만이 고인을 온전하게 기억하고, 한신대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부끄러운 결정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는 길이다.
린 바올라 목사님의 혐오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행사장을 변경하기로 한 기념문화제 기획단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며, 우리는 그런 사소한 일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. 폴라 림 목사는 죽은 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축제에서 배제하려는 증오 세력의 공격과 그 공격에 굴복한 학교의 편협함이 타협할 수 없는 축제의 의미를 기념한다. 우리는 차별과 배제를 단호히 거부하고 평등한 기억의 축제를 만드는 이들과 함께합니다.
3월 11일 오후 4시, 추모문화제에 다 함께 모이겠습니다. 무지개통일의 삶을 사는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줍시다.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.
2023년 3월 10일
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X 차별금지법 제정 지원